일본 남부 해역의 난카이 해곡(Nankai Trough)은 대규모 지진 발생 가능성이 높아, 일본 정부와 학계가 수십 년째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있는 지역입니다. 최근 들어 이 해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난카이 트로프 대지진’에 대한 경고가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일본에서는 과거 1999년 발행된 만화 『내가 본 미래(私が見た未来)』가 다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 만화는 타츠키 료(たつき諒)라는 만화가가 자신의 꿈을 토대로 제작한 예언적 성격의 작품으로, 동일본대지진을 예견한 듯한 장면이 포함되어 있다고 알려지며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1. 난카이 해곡이란 무엇인가?
난카이 해곡은 일본 혼슈 남쪽 태평양 해저에 위치한 해양 지각판 경계로, 필리핀해판과 유라시아판이 충돌하는 지역입니다. 지질학자들은 이 해역에서 약 90~150년 주기로 규모 8 이상의 거대지진이 반복되어 왔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으며, 도카이, 토난카이, 난카이 세 지역에서 연쇄적으로 지진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 존재한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일본 내각부는 2023년 말, 이 해역에서 난카이 트로프 대지진이 발생할 경우 최대 사망자 수는 32만 명, 경제 피해는 2,200조 원 이상에 달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쓰나미는 진앙지에 따라 일부 지역에 30분 이내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어 사전 대피 시간이 매우 제한적입니다.
2. 타츠키 료의 '내가 본 미래' 재조명
『내가 본 미래』는 1999년에 출간된 만화로, 타츠키 료가 꿈에서 본 미래의 장면을 만화 형식으로 재구성한 작품입니다. 가장 주목받은 장면은 '2000년대 초반에 꿈속에서 본 대재앙'이라는 페이지로, 작가는 "2011년 3월, 일본에 큰 재앙이 온다"는 문장을 그림과 함께 삽입했습니다. 이 예언은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온라인에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이 만화는 어디까지나 작가의 개인적 예지몽에 기반한 상상력의 산물이며, 일본 정부나 학계에서 제공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과학적 재난 시뮬레이션은 아닙니다. 만화 속 내용과 실제 지진 발생이 시기와 상황 면에서 겹친 부분이 있었기에 대중적으로 회자된 것이며, 공공 방재 자료로 공식 채택된 바도 없습니다.
3. 난카이 해곡 지진 시뮬레이션
일본 내각부는 매년 난카이 해곡과 관련한 방재 시뮬레이션과 피해 예측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특히 시즈오카, 아이치, 와카야마, 도쿠시마, 고치 등 태평양 연안 지역은 위험도가 높은 지역으로 분류되어 있고, 주민 대피 매뉴얼, 고지대 유도 표지판 등의 방재 인프라가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습니다.
정부 보고서에는 시나리오별 피해 예측 그래프, 쓰나미 도달 시간, 각 지자체별 사망자 및 부상자 추정치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일반 시민들에게 제공되는 방재 교육 자료와 연계된 형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SNS 상에서 일부 시민이 만화를 인용하며 방재 인식 제고를 이야기하는 사례가 있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비공식적 흐름일 뿐입니다.
4. 타츠키 료 만화의 의미와 한계
작품의 인기는 분명 의미 있는 현상이지만, 현실적이고 정확한 재해 대응에는 공신력 있는 기관의 과학적 자료에 기반한 교육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타츠키 료의 만화는 시민에게 경각심을 일으키는 계기를 제공할 수는 있지만, 이를 공식적인 방재 자료로 간주하거나 의존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일부 지역에서는 만화 내용을 계기로 방재 가방을 준비하거나 교육적 논의를 이어가는 사례가 SNS에서 확인되지만, 공공기관에서 공식적으로 만화를 채택한 바는 없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만화의 존재는 '위험을 체감하는 계기'로는 의미 있지만, 그 자체가 실질적 대비책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해야 합니다.
5. 상상은 상상으로, 준비는 현실로
난카이 해곡 대지진은 일본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동해와 가까운 대한민국 역시 해역형 지진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존재하며, 과거 포항, 경주 등의 지진 사례에서 이미 그 위협을 경험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일본 정부의 시뮬레이션 자료, 실제 재난 대응 시스템, 지진 대비 인프라 등은 한국 사회도 주의 깊게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습니다. 타츠키 료의 만화는 이러한 경각심을 일으키는 하나의 문화 콘텐츠일 수 있으나, 그 이면의 진짜 준비는 과학과 시스템 위에서 진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출처:
- 일본 내각부 ‘난카이 트로프 대지진 피해 예상 보고서’ (2023.12)
- 『私が見た未来 完全版』, 타츠키 료, 2021
- NHK 뉴스, Asahi Shimbun, 일본 지진예방학회 발표자료 등